2023년 3월 SVB와 크레디스위스의 파산은 세계 금융 위기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세계 자본주의를 관리하는 통치자들과 중앙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은행들의 파산이 왜 일어나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복되는 세계 금융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는 오늘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핵심이기도 합니다.
SVB, 크레디스위스의 파산과 위기의 확산
- 2023년 3월 10일 SVB(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은이 파산.-이틀 만에 185조 원에 이르는 뱅크런(예금 인출)이 발생. 그 뒤 한달간 5000억 달러(한화 약 650조 원)가 미국 중소 은행들에게서 빠져나감.
-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 슈왑도 위기- 많은 부분을 국채에 투자했다가 국채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급증
- 금리 인상으로 SVB 보다 더 큰 자산가치 손실을 기록한 미국 은행은 500곳(전체의 11%)
- 유럽의 크레디스위스가 UBS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일부 고위험 채권(코코본드/조건부 전환채권, 전환의 권리가 투자자에게 있지 않고 발행자에게 있음, 대신 이자가 높은 게 특징)을 휴지 조작으로 만듦 – 그 여파로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위기로 이어짐. 도이체방크가 미국 상업 부동산에 투자한 돈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자,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코코본드 가격이 떨어지며 위기감이 커짐
-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상업 부동산 시장이 다음 위기의 진앙지가 될 것으로 전망-코로나19와 경제 침체의 여파로 상업 부동산의 공실률이 3년 전 5%. 2022년 말 19%로 상승. 우리나라도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상업 부동산 관련 기업들과 은행들의 파산 위험이 매우 높아짐.
통치 지배자들의 대응과 한계
- 2007~2008년 금융 위기 때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에 막대한 돈을 푸는 것으로 대응-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으로 통화를 창출해 은행에 공급하는 양적완화로 중앙은행들은 2009년의 큰 불황이 1930년대의 대불황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음.
-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에 2007~2008년보다 더 큰 규모로 금융 시장이 경색되자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확대
- 팬데믹은 오늘날 세계경제를 엮어 주는 공급 사슬을 교란-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을 막으려고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급격하게 올림.
- 그러나 이 전략은 금융 시스템의 여러 부문들을 불안정하게 만듦. 이는 2022년 하반기 당시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와 그의 재무장관 쿼지 콰텡이 감세 정책에 판돈을 걸자 영국 국채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당시 영국 국채에 큰 돈을 투자한 많은 연기금이 붕괴 위기에 빠짐.
- 10일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도 그런 사례. SVB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IT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었는데,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은 수익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들은 초기에 벤처 자본에게서 받은 대출에 의존.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렇게 대출 받은 자금을 SVB에 예치했고, SVB는 이를 미국 정부가 발행한 장기 채권에 대거 투자. 그 채권은 금리가 아주 낮을 때는 그보다 약간 높은 이자를 가져다주지만, 금리가 오르자 채권 가격이 떨어져 예금자들은 예치한 돈을 회수.
세계 금융 위기의 근원적 원인
- SVB 파산 이후 셰계 금융 위기의 확산은 2008년 금융 위기의 후속편
- 2008년 위기를 낳은 진정한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각국 정부들은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돈을 공급해 기업들을 부양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부채와 함께 금융 거품은 더욱 커짐.
- 세계금융협회(IIF) 조사에 의하면, 세계 총부채 규모는 2007년 GDP 대비 278%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2년에는 350% 가까이로 오름.
- 이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물가가 급등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인상의 원인이 금리 인하 때문이라며 금리를 올림. 그러자 부풀어 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며 취약한 부문의 부실이 곳곳에서 드러남.

세계경제의 부채 및 금융 위기의 근원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 즉 1970년대에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이 하락하고, 그후 이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결과임.
- 자본주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자본들 사이의 끊임없는 경쟁이 오히려 자본의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음. 즉 자본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계와 생산수단(불변자본)에 투자를 더 빨리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데, 자본의 이윤은 오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데서만 얻어지기 때문에(가변자본) 자본 간 경쟁이 계속되면서 자본가가 투자해야 하는 생산수단의 양은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어(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임.(아래 그래프 참조)

-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윤율 위기의 해결책이 존재. 경제 공황이 터지면 수익성이 낮은 자본이 대규모로 파괴되고 남은 자본들은 이윤율을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러면 새로운 투자 물결이 일어나면서 경제 호황이 다시 시작됨.
-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자본 파괴는 점점 더 어려워짐. 주요 기업들이 몸집이 커지고, 금융 시스템이 깊숙이 통합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기업들의 연쇄 파산이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국가들은 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 경제에 개입해야 할 유인이 커졌고, 이 때문에 1970년대에 본격화된 이윤율 위기가 여태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
- 이처럼 이윤율 위기가 해소되지 않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많은 돈이 금융권에 남게 되었고,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금융권에서 빚을 져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부양하는 데 의존해야 했음. 그래서 1980년대 이후 여러 차례 금융 버블이 나타났고, 미약한 성장과 금융 불안정이 이어져 온 것.
- 이번에도 위기가 터지자 미국과 유럽 지배자들은 과거의 대처를 반복하고 있음. 작은 은행들의 파산은 용인하면서도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지 않도록 큰 은행들에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
- 그러나 이런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진정시키고 일시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킬지는 몰라도 이윤율 저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함. 지배자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려 할 것이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다른 나라가 더 큰 고통을 짊어지도록 하기 위한 경쟁을 강화해 나갈 것임.
맺으며 –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위기
- 영화 〈멋진 인생〉[2020년 12월 말에 미국에서 재개봉돼 흥행한 1946년작 영화]에서 묘사된 1930년대 불황기의 뱅크런이 디지털 시대에 재현된 셈.
- SVB가 무너지자 예금주들은 민주당 국회의원들, 부유한 정치 자금 기부자들과 함께 자신들을 구제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로비하는 데 광분했고, 미국 정부는 13일 구제에 나섬. 그러나 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음.
- 미국에서 SVB의 구제는 가장 큰 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투자자들과 예금주들은 중소 은행을 떠나고 있고 그 중소 은행들은 자신들도 보호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음.
-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시스템의 관리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직면함. 만일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패닉을 자아낼것이고, 계속 금리를 높이면 금융 시스템에 더 큰 타격을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 현재의 위기 상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