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끝자락, 집에만 있기 뭐해서 오랜만에 긴 연휴에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산에 다녀왔다. 치악산 상원사-남대봉 코스이다.
치악산 구룡사 비로봉 코스는 여러 번 가봤지만, 성남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상원산-남대봉 코스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코스였는데, 이번에 날을 잡았다.
가는 길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나가면 된다. 신림IC에서 5km정도 가면 성남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공영주차장이 근처에 있다.
그런데 상원사 계곡으로 더 올라가는 소롯길이 있다. 좁은 일방통행길이자만, 중간 중간 갓길이 있어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교차해서 올라가면 된다. 편하게 등반하려면 차를 끌고 계곡 입구까지 올라가는 것이 좋다. 길이는 한 3KM 정도 된다. 계곡 주차장은 차량 2~3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산행
치악산 남대봉 높이는 1182미터이다. 그런데 높이에 비해서 등산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확실히 구룡사-비로봉 코스와 비교하면 난이도가 덜하다는 것을 느낀다. 구룡사-비로봉 코스는 초반에 입구에서 세렴폭포까지 평탄한 길이지만 한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고, 그 다음부터 급경사 계단과 사다리병창 길을 계속 오르막 코스로 올라야 해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코스이다.
반면에 상원사-남대봉 코스는 초반에 물이 흐르는 계곡길이 계속 오르막 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급경사가 아니라 힘든 줄 모르게 올라갈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계곡을 벗어나 조금 경사가 있는 능선 길을 오르다 보면 상원사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연령도 가족들과 등반할 수 있는 코스이다.
조망
우리나라에 1000미터 정도 되는 산에 암자도 아니고 상원사 처럼 큰 사찰이 있는 곳도 드물지 싶다. 상원사 경내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다. 사찰과 조망의 조화가 사진 구도 잡기에 유리하다.
상원사 이미지는 겨울철 일출 조망 이미지로 유명한 곳이다. 달력 이미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상원사 범종은 꿩과 구렁이가 얽힌 전설로도 유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선비가 길을 가다가 꿩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주변에서 구렁이 한 마리가 꿩의 새끼들을 위협하고 있어서,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구렁이를 제거했는데, 그날 밤 날이 저물어 묵게 된 곳에서 다른 커다란 구렁이에게 감기어 죽음 직전에 처했고, 그 구렁이는 상원사의 종이 세 번 울리면 너를 살려주겠다고 하였던 바, 체념하고 있었으나 뜻밖에 종이 세 번 울려 살아났고, 이튿날 종이 울린 곳을 가 보니, 꿩이 종 아래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그 꿩은 전날 자신을 살려 준 사람에 대한 보은으로 날아와 머리로 종을 울리고 죽어 있었다는 전설이다.
원래 이 산의 이름도 적악산이었으나 꿩의 전설로 한자 꿩 치 자를 써서 치악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상원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남대봉이 나온다. 남대봉에 오르면 멀리 원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치악산 상원사-남대봉 코스는 승용차가 없으면 좀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가족 단위로 산행하기도 좋고, 혼자서 사색하며 산행하기 좋은 코스인 것 같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지척에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오르다 보면 일주문이 나오고,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사찰이 있어 사찰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 새 피로가 풀리고, 사찰 건물과 주변 산 조망이 좋아서 사진으로 담기에 좋다.
경내 전망 좋은 곳에 나무 테이블이 여러 개 있어서, 가지고 온 점심을 먹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산 아래 등산 초입 마을에는 성황림이라는 우거진 자연 숲이 있어서 숲 체험하기도 좋은 곳이다. 성황림은 천연기념물 제93호로, 각시괴불나무, 음나무, 졸참나무, 층층나무, 피나무, 가래나무, 쪽동백나무, 들메나무, 박쥐나무, 산초, 보리수, 광대싸리, 복분자딸기, 찔레, 노박덩굴, 으름덩굴 등 중부 온대 지방의 대표적인 활엽수림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연 숲이다.
무더운 한 여름이나, 가을 단풍철, 그리고 새해 연초 새해맞이 등반 코스로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