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자본과 인프라: DeFi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되니까’
안녕하세요! 지난 2회차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완화와 미국 예탁결제원(DTCC)의 국채 토큰화 파일럿 등, 717경 원에 달하는 전통 자본 시장이 이더리움이라는 안전지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법적인 빗장이 열리고 인프라가 깔렸다면, 이제 시장 참여자들이 움직일 차례입니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월스트리트의 엘리트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철학이나 이념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DSRV의 ETHConf 2026 뉴욕 현장 리포트를 바탕으로, 전통 금융기관들이 골드만삭스 대신 이더리움 DeFi를 선택한 냉혹한 이유와 자산 토큰화를 넘어선 ‘RWAfi’의 실체를 파헤쳐 봅니다.

1. “골드만삭스보다 2.1% 싸다” 월가가 DeFi를 선택한 실전 방정식
그동안 전통 금융권에서 ‘DeFi(탈중앙화 금융)’를 바라보는 시선은 투기적이거나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대형 주택담보대출 기관 피겨(Figure)의 실제 사례는 월가 전체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피겨(Figure)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통적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를 찾아가는 대신, 이더리움 기반의 차세대 DeFi 프로토콜인 모포(Morpho)를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골드만삭스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을 때보다 이더리움 온체인 DeFi를 활용했을 때 조달 금리를 무려 2.1%p(포인트)나 낮추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수천억, 수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기관 입장에서 2.1%의 금리 절감은 수백억 원의 깡돈(원가)을 그대로 아끼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중간에서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던 투자은행(IB), 법무법인, 회계법인의 수작업 검증 과정을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 통째로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담보 관리와 청산 절차가 코드로 자동화되면서 중개 비용이 제로(0)에 가깝게 수렴했고, 이 절감된 비용이 고스란히 기관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월가 자본가들에게 DeFi는 더 이상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비용 절감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2. 단순한 등기부를 넘어 자본이 흐르는 ‘RWAfi’의 시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실물자산 토큰화(RWA)는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지분을 쪼개어 파는, 일종의 ‘디지털 등기부’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ETHConf 2026에서 선언된 RWA의 미래는 한 단계 더 진화한 ‘RWAfi(Real-World Asset + DeFi)’입니다.
RWAfi는 단순히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토큰화된 자산을 DeFi 생태계의 담보물로 넣어 실시간으로 대출을 받거나 유동성을 공급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 모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RWA 자산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거에는 이 국채를 팔거나 복잡한 장외 레포(Repo) 시장을 거쳐야만 급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RWAfi 생태계에서는 토큰화된 미국 국채를 DeFi 프로토콜에 담보로 맡기고, 몇 초 만에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아 다른 자산에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유통(RWA)과 자본의 효율성(DeFi)이 결합되면서, 잠자고 있던 실물 자산들이 24시간 365일 지치지 않고 돈을 벌어다 주는 초효율적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3. 왜 수많은 레이어1 중 이더리움인가? (feat. ZK 기술)
시중에는 이더리움보다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블록체인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왜 거대 자본과 RWAfi는 이더리움으로 수렴할까요? 바로 ‘보안성’과 ‘영지식(ZK, Zero-Knowledge) 기술’ 때문입니다.
전통 금융기관들이 온체인으로 이주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자산이 해킹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거래 내역과 비즈니스 비밀(자금 규모, 거래 상대방 등)이 온 세상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현존하는 스마트 계약 플랫폼 중 가장 강력한 보안성과 탈중앙화된 신뢰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급격히 상용화된 ZK(영지식) 롤업 기술은 “내가 가진 자산의 구체적인 액수나 비밀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이 거래가 법적으로 완벽하게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해 줍니다.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Compliance)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되자, 마침내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안심하고 이더리움을 정산의 최종 표준(Settlement Layer)으로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 핵심 요약 및 시사점
- 냉정한 자본의 논리: 기관들이 DeFi를 쓰는 이유는 이념 때문이 아니라, 투자은행을 거치는 것보다 조달 비용을 2.1%p나 아낄 수 있는 확실한 경제성 때문입니다.
- RWAfi로의 진화: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을 넘어, 이를 DeFi 담보로 활용해 극단의 자본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 이더리움과 ZK의 시너지: 철통 같은 보안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영지식 기술 덕분에 기관들의 거액 결제가 온체인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거물들이 이더리움 인프라와 DeFi를 활용해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지금, 이 거대한 온체인 이주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미국의 자본은 이미 이더리움 위에서 ‘디지털 달러 패권’의 영토를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마지막 4회차 포스트 <결론: 달러 패권의 온체인 확장과 한국 시장에 던지는 경고장>에서는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불리는 크리스 지안카를로가 제시한 미래 청산 플랜과, 이 거대한 해일 앞에서 한국 금융이 직면한 위기와 과제를 날카롭게 짚어보겠습니다.
출처: DSRV Research, ‘월스트리트, 이더리움이라는 신대륙으로 이주하고 있다 — ETHConf 2026 New York 현장 리포트’